[日 대중문화 현장을 가다] 下. 애니메이션
'만화-애니-캐릭터'는 탄탄한 돈줄
정부 예산 지원…NHK는 프로 발굴
한국시장서
캐릭터 공세 강화할 듯
슬램덩크.드래곤볼.디지몬 어드벤처.원피스…. 국내 케이블 채널 중 부동의 시청률 1위인 투니버스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들은 대개 일본산이다. 이 채널에서 나가는 50개 타이틀 중 40%가 일본 작품. 우리나라는 국산 애니메이션을 의무적으로 틀어야 하는 쿼터제(지상파는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량의 45%, 케이블 40% 이상)가 있기에 이 정도다. 세계적으론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60%가 일본산이다. 이처럼 전 세계 어린이들을 TV 앞에 묶어놓다시피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40여개의 크고 작은 전문 프로덕션에서 탄생한다. 그 중 47년의 역사를 가진 도에이(東映) 애니메이션은 한해에 열편 이상의 TV시리즈를 해외에 판매, 수출 실적면에서 첫손에 꼽힌다. 지난달 25일 찾아간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제작팀은 요즘 일본 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원피스'의 영화화 작업을 하느라 한창 분주했다. 최고의 해적이 되고 싶은 소년 루피의 모험담을 그린 '원피스'는 일본의 대표적 만화잡지인 '쇼넨 점프'의 만화 연재물이 원작. 도에이가 이를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성공을 거뒀고, 내친 김에 내년 초 개봉을 목표로 극장용 작업까지 착수한 것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TV용보다 원가가 2.5배 이상 들어 수익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해마다 가장 인기있는 작품 두편씩은 극장용으로도 만든다."(사토코 사사키 도에이 국제영업담당 이사) 애니메이션의 경우 TV 방영 및 비디오.DVD 판권 수익이 기본이지만, 실은 캐릭터 상품계약을 통해 받는 로열티가 더 쏠쏠한 수입원이다. 한번 보고 마는 극장용 애니메이션보다 6개월~1년 이상 시청자들과 친해질 기회를 갖는 TV시리즈의 캐릭터가 더 잘 팔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따라서 도에이는 TV 시리즈에 주력하되 몇 개월간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을 방학 때께 극장용으로 개봉, 국내외에서 캐릭터 판매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사실상 전면 개방 상태인 TV시리즈와 달리 일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지금까지 국제영화제 수상작에 한해서만 국내에서 상영할 수 있었다. 베를린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등 몇몇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손님을 끌긴 했으나, '만화 원작→TV 시리즈 성공→극장용 애니메이션 개봉→캐릭터 수입 극대화'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전형적인 장사수법이 통하긴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년에 '4차 개방'을 통해 극장용 시장이 더 넓게 열린다면 '원피스'처럼 현재 국내 TV에서 방영중인 애니메이션들의 극장용 버전이 때맞춰 개봉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불리한 조건에서도 한국시장에서 인기를 모은 일본산 캐릭터들의 공세는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같이 만화, TV 시리즈, 극장용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이 얄미울 만큼 긴밀히 연결돼 소비자 저변을 확대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일본과 달리 국내 업계의 사정은 열악하기만 하다. 해마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TV용 애니메이션은 네 다섯편이 고작.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최근 '원더풀 데이즈''오세암' 등이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긴 했으나, 양이나 질 면에서 일본.미국의 수입품과 경쟁이 안되는 실정이다. 애니메이션 전문가인 송낙현 열음사 편집장은 "애니메이터(원화가)는 많은데 정작 크리에이터(작가)는 없다는 게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면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1백여개 대학(전문대 포함)에서 창의력있는 인재가 배출돼도 정작 재능을 발휘할 터전이 없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로 크질 못한다"고 말한다. 반면 일본은 미래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끌고갈 젊은 작가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토양이 폭넓게 형성돼 있다. 우선 정부 예산과 각종 기금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 활동과 해외 전시회 참가를 지원한다. 내년만 해도 38억엔의 문화부 예산 중 10%가량이 배정된 상태다. 그런가 하면 공영방송인 NHK는 아마추어들이 제작한 컴퓨터 그래픽(CG)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 입상자에게 프로로 활동할 기회를 제공하는 '디지털 스테디움'이란 프로그램을 주 1회씩 방영하기도 한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강자라는 미국도 최근 창의적인 인재 부족에 시달리다 못해 일본의 크리에이터들을 끌어가고 있다"(일본CG아트협회 관계자) "한국에 주던 하청작업을 모두 인건비가 싼 필리핀으로 옮겼다"(도에이 관계자)는 일본 측의 뼈있는 메시지를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귀담아들어야 할 듯하다. 도쿄=신예리 기자<shiny@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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