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가족여행기 26 : 피렌체
2005년 8월 5일(금)
☞ 싼타 마리아 노벨라 교회 -> 베키오 다리 -> 시뇨리아 광장 ->
우피치 미술관 -> 베키오 궁 -> 두오모 -> 싼 죠반니 세례당
아침 7시 40분에 숙소를 나섰다. 헤맬 것을 각오했는데 예상 밖으로
잘 들어와 우리는 피렌체 중앙역의 지하 주차장으로 바로 들어온다.
이제 운전에 익숙해진 남편은 시내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 온다.
8시 20분 도착. 5시 20분까지 주차해 놓는다고 치면 25유로.
주차료가 비싸지만, 기차와 버스 등을 갈아타는 시간과 노력, 돈을
감안하면 이편이 더 경제적이다.
7시에 연다던 중앙역 앞의 교회(싼타 마리아 노벨라 교회)는 9시에나
연다고 하여, 베키오 다리를 먼저 보기로 한다. 피렌체는 매우 큰 도시여서
구시가지라 해도 차가 많이 다니는데 특이하게 오토바이가 참 많다.
길은 좁은데, 버스와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마구 뒤엉겨서 곡예 운전을 하며
다닌다. 정신도 없고 매연 냄새도 심하다. 짤츠부르크나 베네치아처럼
차가 안 다니면 좋을 텐데...
메디치가는 피렌체를 너무 큰 도시로 키워 놓았다.
베키오 다리는 피렌체의 가장 오래된 다리이고,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난 다리로도 유명하다. 다리 위에는 상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주로 보석상이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금 장신구들을 보니
절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이 더 커지기 전에 씨뇨리아 광장으로 간다. 다비드, 헤라클레스 등의
조각과 메디치의 청동 조각상들이 있다. 아쉽게도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은
모조품이다. 그래도 그 완벽하게 균형잡힌 아름다운 몸에 감탄한 많은 여자들이
다비드 상 앞에서 사진들을 찍는다.
씨뇨리아 광장 앞엔 베키오 궁전이 있다. 우리는 우피치 미술관을 보고
나중에 거기 들어가기로 하고, 그 옆 건물인 우피치 미술관으로 간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예약비가 따로 있어 현지에서 사는 것보다는 비싸다. 아예 거기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도 그림들을 보기로 한다. 3층부터 간다.
처음엔 그냥 보다가 가이드 없이, 사전 지식 없이 그림들을 보는 것이 답답해
서점에 가서 가이드북을 16유로 주고 사왔다. 역시 한국어판은 없어서
영어판으로 샀는데, 그것을 읽고 그림을 보면 도움은 되었으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아이들이 주의 깊게 듣지 않는 단점이 있다.
수많은 그림들 중 초상화들이 특히 정교하고 아름답다. 샤르댕의 소년 소녀
초상화를 발견해 기뻤는데, 내가 산 화집의 색과 너무 다를뿐더러 우피치에서
산 가이드북의 색과도 다르다. 가이드북은 전체적으로 노란색의 색감이 강해
전체적으로 밝고 가벼운데 반해, 직접 보는 그림은 화집보다 색이 훨씬 깊고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림들이 너무 좋아 나는 나중에 다시 와서 천천히 다시 보고 싶다.
하나하나씩 작가도 알고, 작가와 초상화 속 인물과의 관계도 알고,
얽힌 이야기도 알고 싶은데, 시간은 사정없이 흐르고 체력도 달린다.
웬일인지 다리는 천근만근이고 쓰러질 듯한 졸음이 온몸을 짓누르는 게
컨디션이 최악이다.
간신히 간신히 보티첼리의 방으로 간다. 너무도 익숙한 그림 ‘봄’과
‘비너스의 탄생’이 우리를 맞이한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어두운
색감이라 좀 놀란다.
일본 관광객들이 귀에 이어폰을 끼고 가이드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있다.
로마에서 보지 못한 일본인들이 아씨지에 오니 개인, 가족 관광객으로,
피렌체에 오니 가이드 단체 관광객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단체 패키지를
이미 한 차례 경험하고, 다음 단계인 개인 여행이나 소도시 여행, 테마 가이드
여행의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신기하게 유럽에서 만나는 아시아인들의 국적은 금방 알 수 있다.
화장을 곱게 하고 예쁜 명품 옷을 입고 여자 두 명이 다니면 한국인이다.
혹은 반대로 헐렁한 티셔츠에 화장기 없는 얼굴에 반바지, 피로에 찌든
얼굴의 한 무리의 남녀 대학생도 한국인. 양산을 쓰고 다니는 중년 여인들의
무리도 한국인. 여러 가족이 단체로 묶여 사진을 열심히 찍어 대면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젊은 남녀 한 쌍이 유유자적 걸어 다니며 담소를 나누면 일본인.
소도시의 박물관을 조용히 구경하는 가족도 일본인. 너털대는 중년
아저씨들이 무리지어 다니면 중국인. 명품 옷에 귀족 티가 나는 남자가
아름다운 사리를 걸친 여자를 데리고 다니면 인도인. 하기야 인도인들은
여자들이 사리를 입고 다녀 금방 알 수 있다.
그 외에 아프리카인은 두 부류로 나뉜다. 부티가 줄줄 흐르고 자신감이
넘치는 귀족과 주로 짝퉁 가방을 땅바닥에 늘어놓고 파는 가방 장사를 하는
빈민의 이민자로. 왜 그들이 이탈리아에서 가방 장사를 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베네치아에 많다.
어쨌든 천근만근인 몸을 채찍질해 그림을 보고는 Bar에 들러 점심을 시켰다.
뭔지 모르는 음식을 호기심으로 시켰는데 맛은 그냥 그렇다. 음식의 맛보다는
우피치에서 테라스에 앉아 시뇨리아 광장과 베키오 궁전을 보는 전망이 좋다.
점심을 먹고 다시 미술관 순례.
45개의 방을 대강 보았는데도 2시가 훌쩍 넘는다. 2층과 1층은 전시물이
거의 없어 후닥닥 보고는 나와서 바로 옆의 베키오 궁전으로 간다.
조각들이 많았고, 궁전이라기엔 소박한 감이 있다.
마지막으로 피렌체의 두오모. 겉도 안도 소박하다. 르네상스를 후원한
큰손이었던 메디치가는 자기 자신들에게는 큰 돈을 쓰지 않은 건전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두오모 옆에 있는 ‘싼 죠반니 세례당’의
유명한 ‘천국의 문’을 본다. 기벨리띠가 28년에 걸쳐 만들었다는 황금색 문은
성경 속 이야기로 가득하다. 사람이 많아 겨우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아주 사진발이 잘 받는 곳이다. 그곳에선 꼭 사진을 찍으시길.
숙소로 오는 길에 Coop을 발견해 거기 들러 장을 보았다. 과일이며 고기며
맥주며 잔뜩 샀는데, 32유로밖에 안한다. 전에 프랑스에선 그 정도가
90유로 쯤이었는데. 숙소로 와서는 삼겹살 파티를 했다. 약간 두툼한 삼겹살은
모양만으로 샀는데 제주 똥돼지처럼 쫄깃한 것이 맛이 끝내 준다.
맥주도 마시고 사온 과일도 먹는다. 자두와 복숭아가 어찌나 맛있는지
아이들이 과일을 끝없이 먹는다. 과일 두 팩이 순식간에 동이 난다.
숙소 밖의 테이블에서 휴대용 가스 렌지를 이용해 고기를 구워 캠핑장 전체에
냄새 꽤나 풍겼을 것이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그릇 달그락 거리는 소리,
칼질 소리, 음식 만드는 소리들이 난다. 우리의 요란한 삼겹살 파티가
캠핑장 전체의 식욕을 돋구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 먹고 설거지를 하려고 하니 부엌의 물이 안 나온다. 황당해서
리셉션에 가 신고를 하니, 고장이 아니라 ‘단수’란다. 이 캠핑장은 고지대에
있어 가끔 이렇게 단수가 된단다. 싱크대 옆에 웬 큰 양동이가 있어 뭔가
했는데, 바로 이럴 때 물을 길어다 먹으라는 건가 보다.
동하 은하가 공동 세면장에는 물이 나온다고 하며 양동이를 가져다 물을
길어다 주어 설거지를 했다. 다녀 봐도 이렇게 단수되는 캠핑장은 처음이다.
별 경험을 다한다고 웃는다.
여덟시가 넘으니 물이 나와 겨우 샤워할 수 있었다.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를 이룬 싼타 마리아 노벨라 교회>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난 베키오 다리>
<르네상스 걸작들이 전시되어 있는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의 상징, 두오모>
<두오모의 주황색 돔, 로마 판떼온의 건축법을 본땄다고 함>
<두오모 안에서 본 돔의 모습>
<단테가 세례 받은 곳으로 유명한 '싼 죠반니 세례당>
<싼 죠반니 세례당의 '천국의 문' 앞에서>
<캠핑장 숙소로 올 때 들른 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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