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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y

[스크랩] 유럽 자동차 가족여행기 [23] : 로마 시내 구경하기(2)

 

 유럽 자동차 가족여행기 23 : 로마 시내 구경하기(2)


                                                                 2005년 8월 2일(화)


다음으로 간 곳은 판떼온.

오래된 건물이나 훼손이 심하지 않았고,

기둥 하나 없이 돔형 지붕을 떠받치는 건축학적 기술이 놀랍다.

외관은 세월을 뛰어 넘어 아름답고 웅장하다.

 

안에는 라파엘로와 비또리오 에마누엘레 2세,

움베르또 1세의 관이 모셔져 있다.

황제의 무덤으로는 더할 수 없이 격이 어울리는 멋진 곳인데,

라파엘로는 일개 화가의 신분으로

어떻게 여기에 끼일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좀 더 걸어가 보니 나보나(Navona) 광장이다.

분수가 멋있는 곳으로 역시 사람들이 북적인다.

그중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는 곳이 있어 가보니,

웬 집시 부자가 연주를 하고 있다.

 

아홉 살 쯤 되어 보이는 작은 집시 남자 아이는

바이올린을 귀신 같이 잘 연주한다.

그 아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나는 즉시 반한다.

뱃속에서부터 내지르는 힘찬 창법으로

거침없이 부르는 노래가 시원하다.

중간 중간 바이올린을 들어 반주를 하는데,

끼와 흥이 보통을 넘는다.

 

그 아이는 노래를 다 하자 레스토랑으로 가서

야외에서 먹는 사람들에게 모자를 내민다.

사람들이 아낌없이 어린 예술가에게 동전을 준다.

 

아이를 뒤로 하고 슈퍼(판떼온에서 나보나광장 가는 골목에 위치)를

어렵게 찾아 장을 보았다. 고기, 양배추, 오이, 시금치, 햄...

오랜만에 장다운 장을 본다.

 

그 다음은 트레비(Trevi) 분수.

가서는 깜짝 놀란다.

우선은 너무나 많은 인간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바글대는 것에.

다음에는 분수가 내 생각보다 너무나 크고 멋지다는 것에.

 

분수의 전면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넵튠,

해마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거대한 크기의 조각들은 하나의 거대한 통돌을 깎아 만든 것이어서

이음새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분수 주변은 로마의 어떤 곳보다도 사람으로 가득하다.

사진 찍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나와 은하와 동하는 동전을 뒤로 던지며 소원을 빌었다.

다시 여기 오게 해달라고.

다시 와서 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웅장한 도시를 샅샅이 보게 해달라고.

 

과연 다시 올 수 있을까.

동하 은하야 분명 다시 오게 될 것이다.

친구, 연인, 혹은 배우자, 자녀들과 말이다.

 

그러나 40대의 내가,

아직 가 본 나라보다 가보지 못한 나라가 많은 내가

다시 여기 올 수 있을까.

하나의 동전을 던질 때에도

아이들과 나의 생각과 느낌은 이렇게 다르다.

가능성과 희망과 변수,

그리고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우리 아이들...

 

순간 쓸쓸한 심정이 된다.

세월이 가면 나의 시간들은 점점 줄어들고,

할 수 있는 일 보다 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갈 테지.

한여름의 뙤약볕 내리쬐는 로마를 물 한 병 달랑 들고,

씩씩하게 하루종일 걸어다니는 일을,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과연 할 수 있을까.

 

트레비 분수를 마지막으로

‘한여름의 로마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며 구경하기’는 끝이 났다.

아들이 어제부터 들떠 기다리던 일을 하러 갈 일만 남았다.

‘Easy Everything’ - 로마에서 가장 저렴한 인터넷 까페다.

2유로에 50분.

이 정도면 유럽에선 정말 싼 가격이다.

 

바르베리니(Barberini) 지하철역 근처의 그 인터넷 까페로 가는 걸음은

들뜨고 가볍다. 나도 좀 흥분이 된다.

우리는 한국과, 서울과 보름도 넘게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는 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우리 생각을 하고는 있을까...

 

온통 궁금한 일들이 머리 속에서, 가슴 속에서

갑자기 뭉글뭉글 솟아 오른다.

동전을 넣어 사용 카드를 뽑은 뒤, 컴퓨터 앞에 앉아 분초를 아껴가며

메일 확인하고 기사 검색하고... 50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아쉬운 걸음으로 인터넷 카페를 나와 다시 지하철 타고,

기차로 바꿔 타고,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숙소로 왔다.

그리고는 이젠 팬이 되어버린, 콧수염 아저씨 그림의

이탈리아 맥주(Birra Moretii)를 좀 마시고... 곯아 떨어졌다.

 

오늘의 보람찬 일 중의 하나는 드디어 이탈리아 꽃미남을

거리에서 발견했다는 것...

근데 누가 그랬어.

이탈리아 남자는 모두 안토니오 반데라스처럼 잘 생겼다고?

곤돌라 뱃사공도 잘 생겼다고.

그건 맞다. 곤돌라 뱃사공은 얼굴 되는 애들을 뽑는다나 어쩐다나...

궁시렁거리다가 깊은 잠 속으로 데굴데굴 굴러 들어간다.

잠이 나를 푹 싸안는다.

 

 


                              <판떼온 가는 길에 본 오벨리스크>

 

 


                                 <로마 건축의 백미, 판떼온>

 

 


                       <미켈란젤로가 '천사의 설계'라고 극찬한 판떼온>

 

 


                                   <신비로운 판떼온 천장의 구멍>

 

 


                                     <나보나 광장의 분수 앞에서>

 

 


                   <나보나 광장의 네뚜노 분수, 네뚜노는 포세이돈을 말한다>

 

 


                       <조각 전체가 하나의 원석으로 된 트레비 분수>

 

 


                                              <트레비 분수 앞에서>

출처 : 드라이빙 해외여행
글쓴이 : 알바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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