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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뚜벅이

프랑스; 배낭여행 출발기 ( 유럽 프랑스 )

[ 유럽배낭 여행기 ] 프랑스; 배낭여행 출발기 ( 유럽 프랑스 ) 이종원

1. 서울출발
1999년 9월 2일 5시 30분 서울발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장장 6개월의 치밀한 준비를 했다고 자부하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아침에 출근하여 마지막까지 인수 인계하고 거래선에 서류 전달하고 점심엔 직원들에게 볶음밥에 탕수육까지 시켜주었다.
나대신 잘 일하거라. 거래선 끊기면 니들 죽어...
4시에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화장실에서 양복 갈아입고 트랩에 오른다.
안녕..코리아.
얼마 만에 타보는 비행긴가?

2. 타이베이 경유

현지시간 9시경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68만원짜리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구입한 죄로 유럽까지 3번을 갈아 타야한다. 그 첫 번째 기착지가 대만이며 이곳에서 1시간을 머물었다. 기내의 3분의 1가량의 승객이 내렸다. 1시간동안 면세점에서 아이쇼핑을 했다. 대만은 내가 학창시절 두어달 을 머문 곳이다. 거의 10년만의 방문이네.
땅모양이 제주도 세운 모양과 비슷하며 여자의 氣가 매우 센 곳이다. (제주도와 같음) 실제로 여자가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남자가 여자 허리를 붙잡고 타는 모습을 보고 한참 웃었다. 왜 웃었을까? 남성우월주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편견 때문이던가?

한번은 긴 머리를 휘날리는 늘씬한 여자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다. 가슴이 찡하게 다가왔다. 그래.. 얼마나 예쁜 얼굴인가 확인 차 앞으로 달려갔다. 큰 기대를 가지고 .... 그러나 너무나 놀라 기절할 뻔 했다.
얼굴이 못생겼을까? No. 저렇게 예쁜 얼굴에 오리 대가리를 맛있게 먹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로변에서 오리 머리의 살을 쪽쪽 빨아먹는다.... 이렇게 대만여성에 대해서 강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다시 탑승하니 대만 친구들이 잔뜩 탔다. 단체로 태국 파타야 해변에 간다고 한다. 역시 중국인이 모인 곳은 시끄러웠다. 내 옆에 앉은 아가씨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타이뻬이와 화련등 까오숑에 갔었던 이야기등을 나누었다. 못하는 중국어를 구사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런데 그 중국 여인중에 내 거래선 여직원과 너무도 흡사한 사람이 있어 한국에 돌아와 혹시 중국인 자매가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몇 달 후 대만 대지진이 일어났는데 이 아가씨들.. 무사했기를 바란다.

밤 12시 드디어 방콕에 도착했다. 아시아의 교통요충지인 만큼 너무나도 큰 공항이었다.
탑승 플랫홈이 100개는 넘는 것 같았다. 확실히 이곳 면세점은 상상외로 크고 물건도 저렴했다. 이곳에서 양주 한 병을 구입하고 공항을 둘러보았는데 호텔비가 없어 공항에서 가방을 꼭 쥐고 자는 동남아 사람을 많이 보았다. 우리네 서울역 지하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한 시간후 방콕을 출발했다. 기내는 관광객으로 가득 차있어 단 한 좌석도 여유가 없었다. 주로 프랑스인이 많다. 여름휴가를 이곳 태국으로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제 10여시간을 이 비행기에서 보내야 한다. 탑승하자마자 또 기내식이 나온다. 서울, 대만, 방콕등 중간기착지가 많을수록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기내식도 많이 먹을 수 있다. 20여 시간동안 6끼를 먹은 것 같다. 좁은 공간에서 무진장 먹기만 하니 소화가 될 리가 없다. 아마 돼지도 이렇게 사육하나보다. 그러나 유럽에서의 느끼한 음식과 비싼 값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이 곳의 음식만은 천국인 것이다. 먹은 것 만해도 10만원이 넘은 것 같음. 본전 뽑는다고 음료, 양주, 포도주, 과자등 무진장 시켜 먹었다. (그러나 이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명심하길...)

3. 파리도착

20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파리의 드골공항에 도착했다. 현지 시간 7시 30분. 패션의 나라답게 나선형의 공항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저 멀리 대서양을 2시간만에 주파한다는 콩코드의 모습도 보인다. 우리 나라처럼 세관검사도 없다. 단지 출구에서 의심 가는 사람 1-2명씩 검사하는 정도다. 주로 아프리카 흑인들을 잡는 것 같았다. 70년대 동양사람도 이처럼 대우를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공항에서 도심까지는 전철을 타야한다. 프랑스는 우리 지하철과 같은 METRO와 수원, 인천등의 교외선과 같은 RER선이 있다. 이곳에서는 RER-B선을 이용해야한다. 35분 정도 파리북역 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프랑스 북쪽지역인 벨기에 독일, 프칸디나비아 방면 기차의 출발점이다. 물론 런던과 연결되는 '유로스타'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이곳 북역은 몽마르뜨언덕이 근처에 있으며 싼 호텔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북역은 메트로 4개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하철에 내렸지만 도무지 방향감각을 잃었다. 이정표가 있지만 프랑스 글자에 익숙치 못해 처음부터 난감하다.

그런데 정말 예쁘고 귀여운 아가씨가 다가와 우리에게 길을 안내했다. 이탈리아 배낭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간다고 한다. 자기 집의 반대방향이지만 친절하게 호텔을 가르쳐주고 흥정도 해주었다. 프랑스의 좋은 인상은 이렇게 시작했다. 남대문시장에서 8백원 주고 구입한 열쇠고리를 선물로 주었다. 파리 에펠탑 매표소에 근무한다고 하는데 자기 근무시간에 오면 표를 공짜로 주겠다고 한다.
2박 3일동안 아침 포함하여 12만원으로 싸구려 호텔에 짐을 풀고 파리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